한 달짜리 대학생 채용 접수·상담 등 맡겨
상담실 갖추지 않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지난해 접수 1485건 의향서 전수조사 필요

▲행정인턴 A씨가 여수시보건소 동부보건지소 입구에서 사전연명의향 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
▲행정인턴 A씨가 여수시보건소 동부보건지소 입구에서 사전연명의향 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

[여수/남도방송] 전남 여수시보건소가 사전연명의료 상담 자격이 없는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 관련 업무를 맡긴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5일 여수시보건소 동부보건지소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대상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대학생 인턴 A씨를 채용해 대리 상담 및 작성 업무를 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명의료 결정 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 환자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및 통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전문 교육을 이수한 전문상담사 2명을 배치해야 한다.

해당 업무는 엄연히 담당 공무원이 전담해야 할 업무임에도 자격이 없는 A씨에게 해당 업무를 맡겨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책임소재가 따를 전망이다.

대학생 신분인 A씨는 근무 기간이 한 달짜리 행정 인턴으로 당시 업무가 서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달 초 업무를 그만뒀다.

시는 올 초부터 최근까지 143명으로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받았으며, 이중 A씨가 접수한 의향서는 100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A씨는 "담당 공무원 컴퓨터에서 교육을 듣고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신청을 위해 방문한 시민들에게 근무하는 동안 직접 상담과 작성 업무를 맡았다"며 "신청자들은 열람 가능 부분만 체크하게 하고 자필서명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시보건소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관리기관임에도 필수 구비 시설인 상담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실은 IT교육장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많은 방문객이 오가는 보건소 입구에서 상담과 작성 업무가 버젓이 이뤄지면서 신청자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시보건소가 받은 1,485건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가운데 상당수가 자격을 갖추지 않은 무자격자에게 맡겨 접수가 이뤄진 것으로 보여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 김모씨는 "죽음을 앞두고 연명의료를 결정해야 할 환자와 가족의 절박한 심정은 외면한 채 오히려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면서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시보건소 관계자는 "상담실을 운영하지 않고 통로에서 상담서를 작성한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무자격자가 상담해 의향서를 작성한 대상자에 대해 담당 주무관이 다시 상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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