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여수이화내과의원 대표원장

▲김현경 여수이화내과의원 대표원장(의학박사, 내과 전문의)
▲김현경 여수이화내과의원 대표원장(의학박사, 내과 전문의)

[순천/남도방송] 한번쯤 검진을 받거나 보험상담을 받다 보면 수많은 질병 리스트가 머리 속을 지나간다. 이 질병도 무섭고 저 질병도 무섭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장 무섭고 두려운 질병을 하나 꼽으라면 많은 분들이 치매를 꼽는다.

다른 질병이야 귀찮지만 약을 먹으면 되고 무서워도 수술을 받으면 되지만 치매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노년을 걱정하게 만든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을 걱정하다보면 주변에서 뇌영양제를 복용해보라는 권유를 심심찮게 듣는다.

◇ 뇌영양제가 뭔가요?

요즘도 옆집에 누가 아는 사람이 먹는다며 본인도 뇌영양제를 처방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 뇌영양제 혹은 뇌기능 개선제라고 알려진 약은 '콜린알포세레이트'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제약회사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들이 광고하는 효능을 요약하면 '뇌혈관질환, 뇌기능 개선제로 기억력 저하와 집중력 감소를 개선한다'이다.

이들 제제는 뇌 허혈성 병변을 지닌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을 높이는 보조 약물 역할을 해 치매 초기나 치매 환자에게만 일부 제한 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치매 예방 기능은 전혀 없기 때문에 정상인이 복용하더라도 치매 예방에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치매치료제로서 효능 효과도 근거 수준이 낮아 미국은 약제가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으로 규정돼 있다.

◇ 뇌영양제 복용,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다면 치매 예방 효과가 없는 뇌영양제를 오래 복용할 경우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 현재 이 약제를 장기간 복용 시에 구역, 불면, 적개심, 신경질, 경련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사실 뇌기능이 개선되거나 치매에 도움이 된다면 이러한 부작용 정도는 괜찮다고 할 분들도 꽤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팀 결과에서는 뇌졸중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보고가 있어 무분별한 복용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국내 연국팀이 2021년 50세 이상 성인 1,200만여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 여부 및 복용기간 등을 추적 관찰한 결과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43%, 뇌경색은 34%, 뇌출혈은 37%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이미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을 제외했고 나이, 성별, 기저질환 등 유발요인을 동일하게 조정한 만큼 결과의 신뢰성은 높은 편이었다.

콜린은 사람 몸 안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성분, 즉 내인성 물질로 식이로 흡수되는 영양성분이다. 일반적으로 균형잡힌 식사로 충분히 유지되지만 이 부분이 어려운 경우 영양제로 보충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이 약제가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가 난 것이다. 콜린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적색육, 생선, 계란 등에 콜린이 풍부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섭취한다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들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 장내 미생물에 의해 염증과 혈액 응고를 촉진할 수 있는 트리메틸아민-N-산화물이라는 화학물질을 생산하게 되는데, 비슷한 기전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과량 섭취하면 이 화학물질의 농도 상승으로 이어져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치매 환자에게 특화돼 나왔으며, 이런 환자군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약제이지, 정상적인 사람에게서 뇌영양제나 뇌기능 개선제로 기능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약제도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 받아 복용해야하지 주변에서 추천한다고 무작정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뇌졸중의 위험만 높일 수 있다.

◇ 뇌기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는 뇌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치매를 좋아지게 하는 약은 아직 없다. 치매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제들도 치매 진행을 더디게 하는 것을 목표인 경우가 많고, 치매진행을 멈추거나 이미 진행된 치매를 되돌릴 수 있는 약제는 없다.

다만 영양이 부족해 생기는 치매나 질병의 합병증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약제들이 비슷한 이름으로 처방되거나 판매가 되는 경우가 많다.

뇌기능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건강한 생활 습관이다. 금연, 금주, 균형 있는 식생활, 운동, 양질의 수면 등 건강한 생활 습관만 실천해도 뇌기능 개선뿐만 아니라 뇌졸중도 예방할 수 있다.

<김현경 여수이화내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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