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31일 순천 드로잉갤러리
버려진 폐비닐·플라스틱 소재로
편리함과 자연파괴 이중성 다뤄
다양한 조형방식으로 경각심 전해

▲이진경 사진가
▲이진경 사진가

[순천/남도방송]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비닐과 플라스틱이 인류에 얼마나 위협적인지 경각심을 일깨우는 전시가 관람객 눈길을 끈다. 환경을 파괴하는 물질인 비닐과 플라스틱의 이중성을 다양한 조형 방식으로 자연 파괴를 멈추자는 의미를 전한다.

전남 순천 드로잉갤러리카페는 3월 1일부터 31일까지 이진경 작가 개인전을 연다. 폐스티로폼으로 만든 '스톤(STONE)'시리즈와 버려진 폐비닐 작품 '진경산수(盡景山水)' 주제로 영상과 함께 1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 병에 담겨 소비되고 버려짐으로써 인간의 생명을 조금씩 갉아먹는 모순적 현실을 사진과 설치를 넘나들며 혼종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플라스틱으로 자연이 파괴되고 환경을 서서히 눈에 보이지 않게 붕괴시키는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인식에 관한 시그널처럼 그려내고 있다

'스톤(STONE)' 시리즈는 작가가 해변을 걷다 예쁜 돌인 줄 알고 무심코 집어 든 게 알고 보니 돌과 닮은 스티로폼이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폐스티로폼이 작가에 의해 '스톤(Stone)', '젠 스톤(Zen Stone)', 'Stone balancing'으로 명명돼 재탄생했다.

작가는 '바다에 버려진 스티로폼이 파도에 닳아 조약돌처럼 되는 동안 떨어져 나간 나머지 파편 조각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스티로폼이 파도에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고 그 미세 플라스틱을 해양 생물이 섭취할 때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와 악영향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10여년 전 해변에서 유난히 하얗고 예뻐서 집었던 게 돌인 아닌 스티로폼이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며 "처음 발견했을 때 예쁘지만 뭔가 불편했고, 스티로폼 돌로 만든 작품으로 자연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립아람미술관서 열린 이진경 '몽유도원 2023' 전시 모습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립아람미술관서 열린 이진경 '몽유도원 2023' 전시 모습
▲이진경 '스톤'
▲이진경 '스톤'
▲이진경 '스톤'
▲이진경 '스톤'
▲이진경 '스톤'
▲이진경 '스톤'

'진경산수(盡景山水)' 작품 소재는 비닐봉지며 풍경의 근원은 쓰레기다. 버려진 쓰레기로 만들어진 산과 땅을 닮은 풍경을 검은 비닐봉지를 모으고 구겨서 만들었다. 작품은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구겨진 비닐봉지만 가득하다.

작가는 “오늘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가 산과 들로 스며들고, 우리의 욕망만큼 쓰레기가 늘어가고, 산과 들은 욕망의 쓰레기를 품고 앓아간다"며 "인간의 멈추지 못하는 욕망의 크기만큼 ‘쓰레기 산’이 오늘도 자라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진경은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생태에 악영향을 끼치는 플라스틱과 비닐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연작 조형을 통해 강조해왔다. 무언가를 보호하면서도 환경을 파괴하는 물질인 플라스틱의 이중성을 다양한 조형방식으로 다뤘다.

2017년 서울에서 발표한 첫 번째 시리즈인 '홈, 스위트 홈'에서는 1년 동안 버리지 않고 모아 둔 라면봉지를 한 장 한 장 겹쳐 촬영한 작품을 선보였다. 2019년 여수 전시 '블랙'은 검은 비닐봉지가 가진 기억과 비밀을 다뤘다. '블랙' 발표 이후 작가는 일회용품으로 풍경을 만드는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 작품도 그중 일부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플라스틱과 비닐로 인한 환경오염과 그 부서진 알갱이들이 산천에 부유하는 현실의 심각성을 다루는 방식은 매체에 따라 세련되면서도 투박하다"며 "경계 없는 시각조형에 대한 탐구와 실험적인 면모는 미적 성과를 추동하는 배경이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이진경의 작업은 긍정적이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립아람미술관에서 열린 이진경 '몽유도원2023' 전시 모습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립아람미술관에서 열린 이진경 '몽유도원 2023' 전시 모습
▲이진경 '진경산수'
▲이진경 '진경산수'
▲이진경 '진경산수'
▲이진경 '진경산수'

하태민 기자 hagij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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