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면 장수리 ‘장수만의 바지락 칼국수’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바지락을 푹 고아낸 뽀얀 국물에 면을 넣어 먹는다면? 수소문 끝에 바로 앞 바다에서 채취한 바지락으로 자칭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양의 바지락을 제공한다는 바지락칼국수 집이 있어 찾아 가본다.
자연을 찾아...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장수만은 김 승수 사장의 건강악화로 몇 년전에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한다. 건강을 솔잎으로 회복하게 된 김 승수 사장은 솔잎으로 담근 차와 술에 대한 열렬한 전도사가 되어 장수만을 바지락 칼국수와 함께 전통차를 파는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본인이 상한 몸을 이끌고 이곳에 들어와 좋은 환경과 자연에서 자연을 먹으며 건강을 회복한 터라 그의 정성과 마음에는 힘과 자신감이 넘쳤다.
매장 내 여기저기에 놓여진 소품들은 본인이 사용하거나 주변 지인들이 선물한 것으로 김 승수 사장의 옛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우와~~, 폼 잡을 만 하네.
‘ㅎㅎㅎ, 이게 뭐야? 이걸 둘이서 다 먹으라구?’
테이블에 놓인 바지락칼국수를 보는 순간 희열이 반, 헛웃음이 반이다. 항아리처럼 생긴 옹기 그릇에 담겨진 바지락칼국수의 양을 보는 순간 대한민국에서 반지락을 가장 많이주는 집이라는 자칭의 자랑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잘 우려져서 뽀얀색을 맑게 내 뿜는 사이로 깨끗하게 손질된 바지락들이 입을 벌리고 잘 여문 자신들이 속살을 살포시 내밀고 있었다.
‘사장이 폼잡고 자랑할 만 하네, 정말 양 많다 이거!’
음식의 양에 한 번 놀라고 나니 선뜻 손을 내 밀기가 무섭다. 허리띠를 풀고 단단히 각오를 하면서 전투를 하는 마음으로 의자를 바짝 당기고서야 먹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바다의 맛 그리고 청정뻘의 맛.
입에 맴도는 군침을 제끼고 뽀오얀 우윳빛 국물을 살포시 떠서 입안을 적신다. 맑고 깨끗함을 전하는 첫 맛은 가을의 맑은 하늘이요, 시원하게 개운함을 뒷따르는 맛은 남해 바다의 청정함이 묻은 맛이다. 알맞은 온도와 간은 자연이 전하는 순수함 그 자체이었다.
큼지막한 바지락을 하나들고 통째로 혀에게 내미니 이리 오물 저리 조물거리며 혀와 입술이 때 아닌 전쟁을 치르며 탱탱한 바지락의 살을 느끼려 난리다. 보드랍게 다가와 쫄깃하게 씹히는 바지락의 살의 맛은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저 남쪽바닷가에 오랫동안 터 잡아온 그들의 고향 뻘의 청정함을 들려주었다.
한 참을 정신없이 바지락 까먹기에 빠져 있다가 그릇의 절반 이하로 내려가 칼국수가 드러나고서야 내가 칼국수를 주문했음을 깨달았다. 통통하게 생긴 면발이 부추를 입어 연두색을 발한 채 ‘나의 맛도 느껴 주세요’라며 호소를 한다.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잠겨 있던 면임에도 불림이 많아 흐늘거린다든가 쫄깃함이 준 맛이 전혀 없다.
쫄깃함에 톡 끊어지듯 부드러움은 또 다른 맛의 기준을 알린다. 바지락 국물이 결코 가볍지만 않았던 이유도 칼국수가 저 아래쪽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음 때문이리라. 그렇다. 음식이든 삶이든 항상 제자리에서 제 몫을 다해야만 음식은 더욱 맛이 뛰어나게되고 세상은 많이 아름다워지는 것이 세상만물의 올바른 이치인가 보다.
나는 내 자리에서 내 역할을 잘하고 있을까? 문득 어젯밤 도끼눈을 뜨던 아내의 얼굴과 오늘 뜨거운 이 바지락 국물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생각하니 괜히 부끄럽다.
음식은 궁합이다.
바지락칼국수는 보통 막 버무린 겉절이김치에 먹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밀가루의 텁텁함과 해물의 밋밋함이 제 맛을 방해 할까봐 신선하고 생생한 막 담은 김치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 또 하나의 음식 궁합을 본다.
좋은 무로 알맞게 삭은 무 깍두기는 사각거리는 시원함을 달콤하게 자랑하고 부드럽게 오지랖 넓은 돌산의 갓이 숙성을 거치니 이땅의 어머니들만큼이나 강하게 제 몫을 단단히 한다. 정말 멋진 궁합에 미안한 줄 모르고 몇 접시를 추가도 해 본다.
땀 흘리며 맛있게 먹고 가뿐해진 몸으로 시원한 바다를 맞으니 환절기에 비틀거리던 몸이 절로 중심을 잡는다. 그래 또 나가자, 나의 일이 기다리고 있쟎나!!!
<음식점 정보: 여수시 화양면 장수리 930, 061)685-0603, 바지락칼국수,전통차 >
황성하 기자
ninem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