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남도방송] 지난 1월 7일, 강원도 춘천에 사시는 1956년생 김종범 씨는 양손 가득 선물을 준비하여 고흥으로 떠날 채비를 하였다. 1월 8일에 있을 특별한 고등학교, 전라남도 고흥 영주고의 졸업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3년 전, 2016년 12월 22일, 강원도 춘천의 김종범 씨는 전라남도 고흥의 기사를 읽으며 가슴 뭉클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평생 느끼던 50~60대 김 씨 또래의 이야기. 농사, 고기잡이, 장사 등의 생업 틈틈이 고흥평생교육관에서 배우고 익히는 기쁨을 맛본 만학도들이 소망하던 교복을 입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김 씨 역시 늦게 공부를 시작하여, 더욱 만학도들의 도전에 더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김 씨는 배움을 위해 용기를 낸 고흥 영주고 늦깍이 학생들에게 편지를 썼다.

고흥 영주고 신입생 학우님들, 아니 형제 자매님들.
한 분도 낙오하지 마시고 서로 감싸 안으며 동행 하세요.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잖아요.
3년 후 졸업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 한번 주세요.
시간 내서 축하의 자리에 달려갈까 합니다.

3년이 지난 2020년, 편지에 쓴 내용을 잊지 않은 김씨는 3년 간 힘든 배움의 길을 걸었을 형제들을 직접 보고, 축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고흥으로 향했다.

열정 가득한 만학도들과 직접 상봉하여 조금은 늦게 핀 배움의 꽃에 대해 서로 경청했다. 배운 후 일상에 찾아온 감격적인 순간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과거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환경 때문에 가슴속에 한이 맺히도록 힘들었던 이야기에는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배움을 얻었던 이곳은 그 어떤 학교보다 활기와 웃음이 가득했다고. 앞으로 또다른 꿈을 키워나가자는 약속과 함께 이별한 그들.

강원도와 전라남도의 거리는 이들의 우정에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 그저 배움을 위한 열정 하나의 공통점으로 모두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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