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가을까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정원
완성도 높은 정원에 고품격 문화까지 담아내
결국은 시민의 힘··· 수준높은 시민의식 '빛났다'
자원봉사자·해설사·일류플래너·모범운전자 노고

[순천/남도방송] 지난 4월 화려한 튤립 개화와 함께 시작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7개월 대장정 끝에 1,000만에 육박하는 관람객을 모으며 큰 성공을 이뤘다. 전남 순천은 짧은 준비기간에도 정원으로 도시의 판을 바꾸며 전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고 기업과 정부 투자도 이어졌다. 박람회 폐막에 즈음해 <남도방송>은 정원박람회가 일군 유례없는 성과와 비결, 과제와 순천의 미래를 살펴보는 연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풍덕들 경관정원에 갯골형상으로 피어난 화려한 튤립 (사진=순천시)
▲풍덕들 경관정원에 갯골형상으로 피어난 화려한 튤립 (사진=순천시)

◇ 관람객 탄성 자아낸 정원에 고품격 문화 더하기

순천은 축구장 234개에 달하는 193㏊의 광활한 면적 위에 정원을 조성하고 소득 3만달러 시대 시민들이 바라는 녹색도시 표준을 제시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도시 미래를 고민하는 수많은 리더들의 '순천배우기' 열풍을 일으켰고 전국 480여개 기관·단체는 물론 서울, 경기, 부산 등 주요 지자체와 유력 정치인들이 앞다퉈 정원을 방문하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전국이 유행처럼 정원도시를 선포하거나 국가정원 지정, 정원박람회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이처럼 성공적인 박람회 비결은 뭘까. 철저한 사전준비부터 인력 운영, 다양한 콘텐츠 등 여러요소가 있지만 가장 핵심은 화려한 정원이었다.

전국에 정원박람회를 각인시키기 위해 노관규 시장은 먼저 기후변화로 빨라진 개화시기를 고려해 당초 4월 22일이었던 개장일을 4월 1일로 앞당겼다.

개장에 맞춰 피어난 튤립과 벚꽃 등 화려한 봄꽃은 전국 상춘객을 불러 모았다. 개장 12일만에 100만, 개장 58일차에 400만 관람객을 돌파하며 목표 관람객의 50%를 달성했다.

여름에는 오천그린광장에 연면적 1만㎡ 규모 물놀이시설인 워터아일랜드를 조성하고 국가정원 내 개울길광장, 빙하정원 등을 활용해 '여름 휴가지'라는 테마를 내세웠다.

악천후에 구애받지 않는 완성도 높은 정원을 유지할 결과 한 달 넘게 이어진 장마에도 박람회는 개장 149일만에 600만 관람객을 달성했다.

흥행은 계속됐다. 억만송이 국화와 160만평 너른 황금빛 갈대군락으로 가을옷을 갈아입은 정원에는 추석 연휴 6일만에 100만명이 방문했고, 폐막 24일을 앞둔 10월 7일에는 목표였던 800만 관람객을 넘어섰다.

노 시장은 이 시대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총체가 정원임을 증명하듯 정원에 고품격 문화를 녹여냈다. 국내 처음으로 동천과 호수정원을 잇는 뱃길에 전기 유람선을 특별 제작해 '정원드림호'란 이름을 붙여 띄웠다. 정원드림호를 타고 가노라면 플로팅 공법을 활용해 만들어진 '물 위의 정원'도 조성했다.

▲전남 순천시 오천그린광장 위로 쏘아 올려진 불꽃이 형형색색으로 빛나며 공중으로 쏟아지고 있다. (사진=순천시)
▲전남 순천시 오천그린광장 위로 쏘아 올려진 불꽃이 형형색색으로 빛나며 공중으로 쏟아지고 있다. (사진=순천시)

오천그린광장에서는 꾸준한 문화 행사를 이어갔다. 클래식·힙합·퓨전·대중가요·멀티미디어 불꽃쇼 등 36회에 달하는 다양한 장르 기획행사와 열아홉차례 주제공연이 펼쳐졌다.

국가정원에서는 저글링·매직쇼 등 거리 퍼포먼스와 버스킹 공연 등 560회 이상의 상설공연이 열렸다.

국제행사로서 면모도 돋보였다. 15개국 '국가의 날' 행사, 15개국이 모인 AIPH 총회가 박람회장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 참여 정원을 포함해 정원박람회는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총 46개국 참여를 이끌어내며 글로벌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했다.

◇ 삶 속의 정원, 대한민국을 끌어당기다

박람회조직위 직원들은 눈에 보이는 수치적 성과보다 "유럽의 어느 정원보다 완성도가 높다", "추석에 해외여행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만족스러웠다"는 관람객들의 진심 어린 반응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실제 박람회장을 다녀간 관람객들은 "유럽 갈 필요 없다. 정원에 사는 순천시민이 부럽다. 우리 도시는 순천처럼 못 만드나" 등 반응을 관람후기로 남겼다.

관람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정원박람회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5점 만점에 4.47점으로 나타났다. 재방문의사는 4.39점, 추천의향은 4.45점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밖에 볼거리, 친절도, 체험거리, 식음시설 등 모든 분야별 만족도는 4점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볼거리는 4.5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

삶 속의 정원을 표방한 박람회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며 순천은 대한민국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정원을 흡수한 도시는 어떤 모양일지, 도시를 어떻게 바꿔냈는지 확인하고자 전국 지자체·기관 등 510여 곳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그 중 수도 서울과 부산, 세종 등을 포함해 광역·기초를 가리지 않고 200여곳 지자체가 순천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방시대위원회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등 국가균형발전을 담당하는 인사들도 줄지어 순천을 찾으면서 정원박람회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도시계획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을 예고했다.

▲지난 5월 31일 노관규 순천시장이 서울시에서 순천 정원박람회 성공사례를 강연하고 있다. (사진=순천시)
▲지난 5월 31일 노관규 순천시장이 서울시에서 순천 정원박람회 성공사례를 강연하고 있다. (사진=순천시)

"언제든지 먼저 해왔던 노하우를 나누겠다"고 말해왔던 노 시장은 서울시, 여주시 등 지자체 특강에 나섰다.

또 CEO행복경영포럼, 연합뉴스TV 경제포럼 및 한국지방자치학회 강연자로 나서 생태수도 시작부터 정원박람회 개최 스토리까지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며 지방시대 모범적인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박람회 성공 주역은 남다른 눈높이의 순천시민

여러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노 시장이 한결같이 강조해온 것은 바로 '삼합'의 힘이다.

노 시장은 박람회 성공 비결을 묻는 물음에 '시장, 공무원, 시민의 삼합(三合)'을 들며 남다른 눈높이를 지닌 순천시민을 성공의 주역으로 꼽았다.

실제 박람회를 준비하며 노 시장이 국가정원과 도심과 연결하는 축이자 차보다 사람이 대접받는 상징적 공간으로 '그린아일랜드'를 제안했을 때 조직위 직원은 아스팔트 도로를 걷어내지 않고도 잔디를 식재하는 방법을 고안해 공기와 비용을 크게 단축했다.

흑두루미를 위해 순천만 전봇대 282개를 뽑는 일에 동의해준 시민은 도시구조를 새롭게 짜는 움직임에도 흔쾌히 힘을 보탰다. 도시 외곽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가 통제됐지만 획기적인 도시 변화를 위해 교통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강변로를 막아 그린아일랜드를 조성할 수 있게 한 시민의 품격이 현재의 정원박람회를 있게 했다.

노 시장은 "한 도시가 바뀌려면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과거로 회귀하려는 리더가 뽑히면 도시는 후퇴한다. 제시된 비전을 실현할 실력 있는 공직자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둘이 있어도 충분조건인 품격 높은 시민 없이는 도시를 바꿀 수 없는데, 순천에는 시민·공직자·시장의 완벽한 삼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 기부금 20억원에 더해 자원봉사자·해설사·일류플래너·모범운전자 등 4,200여명의 시민이 박람회장 곳곳에서 헌신하는 등 이번 박람회는 어느 때보다 시민 참여가 빛을 발했던 행사로 기록될 것이다.

박람회 SNS에는 '박람회장 곳곳에 사람들의 자상함이 서려 있었다', '친절한 안내와 설명에 부모님이 감동받고 오셨다' 는 감사의 메시지가 넘쳐났다.

특히 15개 단체, 6만여명이 참여한 일류순천시민운동본부는 지역 곳곳에서 박람회 홍보 캠페인, 시민 다짐대회, 입장권 약정구매 등 전방위에서 박람회 성공 개최를 지원했으며, 116명의 SNS서포터즈 또한 온라인상에서 박람회 홍보 활동에 매진하며 박람회 붐업을 이끌었다.

▲순천정원박람회 폐막식 기수단 자원봉사자들 (사진=순천시자원봉사센터)
▲순천정원박람회 폐막식 기수단 자원봉사자들 (사진=순천시자원봉사센터)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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