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방식 벗어나 우리 정서 맞게 창조한 정원
하루 21만 몰려도 문제없는 탁월한 운영 시스템
발상의 전환·패러다임 변화로 '일류 순천' 구현

[순천/남도방송] 지난 4월 화려한 튤립 개화와 함께 시작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7개월 대장정 끝에 1,000만에 육박하는 관람객을 모으며 큰 성공을 이뤘다. 전남 순천은 짧은 준비기간에도 정원으로 도시의 판을 바꾸며 전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고 기업과 정부 투자도 이어졌다. 박람회 폐막에 즈음해 <남도방송>은 정원박람회가 일군 유례없는 성과와 비결, 과제와 순천의 미래를 살펴보는 연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그린아일랜드 (사진=순천시)
▲그린아일랜드 (사진=순천시)

◇ 선진국에도 없던 독보적인 콘텐츠 '호평'

2023정원박람회는 일본이나 유럽식 정원 설계 방식을 벗어나 우리 정서에 맞게 창조한 정원으로 전문가 호평을 받았다.

10년 전 정원박람회 경험이 없던 때에는 해외 사례를 모방하는데 그쳤으나, 그간 쌓은 노하우로 고유한 정원 모델을 만들어 낼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노관규 시장은 별도의 총괄 가드너 없이 직원과 함께 직접 디자인에 나섰다.

그 결과 도로에서 정원이 된 그린아일랜드, 저류지가 푸른 잔디광장으로 변한 오천그린광장, 국내 최초 전기배터리로 운행하는 정원드림호, 정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가든스테이 등 정원 선진국에도 없던 독보적인 콘텐츠들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정원박람회를 관할하는 기구인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 회장 레오나르도 캐피타니오)는 지난 9월 순천에서 제75회 정기총회를 열고 정원박람회 현장을 확인하고 노관규 시장에게 2024년 봄 카타르 총회에서 순천의 노하우를 세계에 공유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교통체증, 안전사고, 잡상인, 바가지 요금이 없는 탁월한 운영시스템도 주목 받았다.

중소도시 한 곳이 통째로 옮겨온 듯 하루 21만 관람객이 몰린 날에도 교통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던 바탕에는 최첨단 ICT 장비를 활용한 스마트 관제시스템과 함께 넉넉한 주차면수 확보, 시내버스 구간 조정, 셔틀버스 운행, 시민들의 자발적인 차량2부제 운동 등 전방위적인 노력의 결과다.

이러한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부처 직원들이 정원박람회장을 찾았고, 조직위는 피플카운팅 시스템, 안전 드론, 웨어러블 CCTV 등을 활용한 안전관리 방안을 적극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 조성부터 행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불과 10년 전 유럽 정원과 사례를 베껴오기 급급했던 순천이 10년 만에 국내를 넘어 해외에 콘텐츠와 노하우를 수출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가든스테이 쉴랑게 (사진=순천시)
▲가든스테이 쉴랑게 (사진=순천시)

◇ 개막 9개월 전 취임한 노관규 시장 "모두 다 바꿔"

1,000만에 육박하는 관람객을 끌어모은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허석 전 시장 재임시절인 2020년부터 추진했다. 그해 1월 전남도와 순천시, AIPH 업무협약에 이어 3월 3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AIPH총회에서 박람회 개최를 승인받았고, 7월 29일에는 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까지 받았다.

2021년 조직위 사무국을 출범했고, 그해 12월 10일 본격적인 박람회장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시민들 눈에 비춰진 정원박람회장은 저류지 인근에 두개의 언덕이 생겨난 것 외에는 변화가 없었다. 박람회 총 예산 규모도 5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극적으로 변화가 생겼다. 10년 전 첫번째 정원박람회를 기획한 노관규 시장이 '10년 야인 생활'을 끝내고 다시 순천시장에 당선됐고, 정원박람회는 새로운 변화를 맞는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노 시장은 정원박람회를 가장 잘 준비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했고, 시민들은 그를 선택하며 힘을 실어줬다. 노 시장은 시장 취임 직후 박람회 준비를 위해 젊고 유능한 직원을 조직위에 전면배치하며 '다 바꿔'를 강조했다.

그는 발상의 전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정원을 만들어 '일류 순천'을 구현하고자 했고, 같은해 8월 11일 사업변경을 통해 2,000억원대 대규모 국제행사를 계획했다.

이에 순천시의회도 화답했다. 원포인트 의회를 열어 박람회 예산을 통과시키며 힘을 더했다.

노 시장은 박람회 성공 한 지표인 목표 관람객 800만명 돌파 행사 자리에서 순천시의회를 콕 찍어 감사함을 표현했다.

노 시장은 "무엇보다 순천시의회와 의원들님께 감사드린다"며 "지방정치는 생활정치라는 점에서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예산을 한번에 주시고 제도도 뒷바침 해준 순천시의회야 말로 지방정치 모델"이라고 추켜세웠다.

▲오천그린광장 어싱길 (사진=순천시)
▲오천그린광장 어싱길 (사진=순천시)

예산을 확보한 순천시는 축구장 234개에 달하는 193㏊의 광활한 면적 위에 정원을 조성하고 소득 3만달러 시대 시민들이 바라는 녹색도시 표준을 제시했다.

오천저류지에 잔디를 심고 맨발로 산책할 수 있는 어싱길(흙길)을 만들어 시민 공간으로 제공했다. 교통 불편을 감수하고 아스팔트 차도 1.2㎞를 잔디로 덮은 그린아일랜드는 이번 박람회 상징 공간으로 우뚝 섰다.

박람회 예산을 마련하는 과정에도 곡절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근 광양시가 1인당 100만원이 넘는 재난지원금을 집행할 때 순천시는 이를 지켜봐야 했다.

노 시장은 '인기' 대신 시민들을 설득해 예산 800억원을 박람회에 투입했고, 이는 박람회 성공으로 이어졌다.

박람회 예산은 총 2,040억원으로 직접사업비 527억원, 수탁사업비 1,132억원, 연관사업비 381억원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국비는 8%(154억원), 도비 16%(321억원)이며 나머지 76%(1,565억원)를 순천시가 조달했다.

특히 가장 비용이 많이 투입된 수탁사업은 도심권 전시연출과 동천변 화훼연출, 사전 붐업 행사 등에 시비 877억원이 들어갔다.

◇ 국가정원 내년 봄꽃 개화시기 재개장

10월 31일 막을 내린 2023순천만국제정원람회는 11월 1일부터 5일까지 무료개장 기간을 가진 후 긴 2024년 봄꽃 개화시기 재개장을 약속했다.

박람회 이후 정원과 문화 등 후방산업에 대비한 공간으로 재편될 예정인 박람회장은 크게 도심권역과 서문권역, 동문권역으로 나뉜다.

도심권은 오천그린광장과 오천주차장, 그린아일랜드가 해당한다. 도심권 그린아일랜드는 지역주민 사랑을 받은 탓에 철거와 존치를 놓고 순천시가 고민에 들어간 상태다.

서문권역은 오천그린광장, 그린아일랜드와 연계확장성을 고려한 공간으로 공공성과 개방성을 강화한다. 기존 유료존으로 운영했지만 무료존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동문권역은 습지생태축에 정원과 화훼콘텐츠를 집중하고 수익성 및 희소성을 강화한 유료존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박람회 기간 인기를 끌었던 주요시설 운영방침을 보면 가든스테이는 기존 고품격에서 탈피해 대중화를 꾀한다. 1일 45~55만원인 요금을 현실화하고 코스형 식사도 뷔페와 한상차림 형식으로 조정한다.

정원드림호는 비성수기 탄력 운영 및 편도 축소 방침을 세웠고 정기휴일을 도입해 선박 안전과 인건비 절감에 들어간다.

식물원과 시크릿가든은 통합해 일원화하고 반려견놀이터는 유지, 수목과 잔디, 화훼, 시설물은 직영운영과 성수기 집중 등을 통해 예산절감 노력을 기울인다.

▲동천을 유유히 운항하는 정원드림호 (사진=순천시)
▲동천을 유유히 운항하는 정원드림호 (사진=순천시)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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