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사업비에 유지관리비 천문학적 비용 투입
경남서부 발전 효과, 광양만권은 인구유출 등 타격
착공 앞두고 낙관론보다 양 지역 효과 불균형 '우려'
"한 번 떠난 관광객 다시 오지 않아··· 대책 세워야"

▲전남 여수시 신덕동과 경남 남해군 서면 사이 바다에 총연장 8.085km의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조승화 기자)
▲전남 여수시 신덕동과 경남 남해군 서면 사이 바다에 총연장 8.085km의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조승화 기자)

[여수/남도방송] 2010년 사실상 국내 최초 해저터널로 전 국민 관심을 모은 부산~거제 간 가덕 해저터널. 13여년이 지난 지금 애초 기대만큼 파급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부산과 거제가 가까워져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기여하지만 일각에서 우려했던 거제시 경제가 부산 쪽으로 흡수되는 '빨대효과'가 현실로 나타나며 경제 발전 불균형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거제지역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호재지만 그만큼 당일치기 여행이 늘어나면서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부작용으로 꼽힌다.

국내 다섯번째 해저터널인 전남 여수~경남 남해 해저터널 착공을 앞두고 낙관론보다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낮은 경제성에도 지역숙원을 이유로 예비타당성 면제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사업이 추진됐지만 기대에 부합하는 생산 유발 효과 등을 가져올지에 대해선 의구심도 나온다.

건설 후에도 막대한 운영비가 투입될 수밖에 없어 국가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팽배하다.

▲거가대교에서 가덕 해저터널로 향하는 왕복 4차선 진입로 (사진=조승화 기자)
▲거가대교에서 가덕 해저터널로 향하는 왕복 4차선 진입로 (사진=조승화 기자)

◇ 최첨단 공법 적용 국내 최초 침매터널··· 지금은?

13년 전인 2010년 완공된 부산 가덕도와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와 가덕 해저터널은 국비 28%, 민간 자본이 72% 비율로 사업비 2조원이 투입됐다. 부산과 거제 사이 140㎞, 2시간 이상 걸리던 이동 거리와 시간을 60㎞, 1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덴마크 기업이 설계를 맡은 국내 최초 침매터널 방식 해저터널로 국내외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침매터널(Immersed Tunnel)은 육상에서 제작한 각 구조물을 가라앉혀 물속에서 연결해 나가는 최신 토목공법이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 대죽도를 잇는 3.7㎞ 침매터널은 최고 수심 48m 깊이로 길이 180m, 너비 26.5m, 높이 9.97m 규모 함체 18개를 연결하는 고난도 공사였다.

해저 면에 암반이 없고 뻘이 가득한 가덕도 앞 바다에 침매터널을 설치하는 공법은 당시 국내 해저터널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였다. 천문학적 자본과 시간이 소요됐다.

▲부산 가덕도에서 바라본 가덕 해저터널 수면과 거가대교 (사진=조승화 기자)
▲부산 가덕도에서 바라본 가덕 해저터널 수면과 거가대교 (사진=조승화 기자)

선진국 기술과 최첨단 공법이 투입돼 만들어진 거가 해저터널의 지금은 어떨까?

현장에서 만난 조봉건 부산~거제 연결도로 홍보전시관장은 "연간 통행량은 당초 계획 대비 80% 수준"이라며 "연간 200억원가량 적지 않은 운영비가 소요되고 있고, 현재까지 자본회수가 이뤄지고 있지만 운영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선소가 밀집한 거제에 빠른 물류 이송로를 확보하고, 부산으로 출퇴근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지만 통행량과 물류 수송량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장기화하는 조선업계 불황이 큰 요인으로 꼽히나, 상대적으로 비싼 통행료로 인해 육로가 아닌 선적을 통해 물류가 이송되는 이유도 있다.

조 관장은 "지금은 물류 이송 목적보다는 관광도로 성격이 짙다"면서 "거제 인구 유출 방지 효과를 낸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거제시 인구는 2000년 이후 눈에 띄게 증가세를 보였으나 2016년 25만7,000명을 정점으로 하락세에 있다. 지난해에는 23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가덕 해저터널과 거가대교는 시설 외 특별한 콘텐츠가 없어 재방문율이 떨어지고 일회성 방문에 그칠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전망대와 휴게소도 적지 않은 운영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수~남해 해저터널 조감도
▲여수~남해 해저터널 조감도

◇ 국내 다섯번째 여수~남해 해저터널, 어떻게 추진되나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는 여수~남해 해저터널은 통영 해저터널(1932년), 가덕 해저터널(2010년), 인천북항 해저터널(2017년), 보령 해저터널(2021년)에 이어 국내 다섯번째 해저터널이 된다.

여수~남해 해저터널은 해저 면이 대부분 암반 지대로, 발파로 암반을 뚫는 NATM 또는 TBM 굴착방식이 도입될 전망이다.

DL이앤씨 컨소시엄이 참여했으며, 턴키 방식으로 설계에서 시공 전체를 도맡아 추진한다.

여수 신덕동과 남해 서면을 잇는 총연장 8.085㎞ 가운데 5.76㎞ 구간이 해저터널로 건설된다. 사업 기간은 2031년까지며 6,974억원의 공사비는 전액 국비가 투입된다. 

현재 실시설계가 진행 중인 가운데 높은 수압을 견딜 수 있는 굴착 공법, 공조 시스템 구축에 국내 최고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진출입로에 제트팬을 설치해 공기가 순환하는 공조 시스템이 도입된 가덕 해저터널과 달리 터널 길이가 긴 탓에 습도와 결로에 취약할 수 있어 일정 구간마다 제트팬을 설치하는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구간이 길고 첨단 공법이 사용되는 만큼 사후 관리에도 수백억원의 관리비가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수시 신덕동에서 바라본 남해 서면 (사진=조승화 기자)
▲여수시 신덕동에서 바라본 남해 서면 (사진=조승화 기자)

◇ 광양만권 인구 유출·경제적 타격 우려 목소리

막대한 건설비와 유지관리비가 투입되는데 비해 지역경제 생산 유발 효과에 대한 분석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전남도의회 강문성(여수3) 의원은 지난 7일 기획행정위 소관 기획조정실 행정사무감사에서 "경남은 해저터널이 뚫리면 전남 동부권 주요 SOC를 이용하며 남해를 중심으로 경남 서부권 인구 유입과 산업 발전 효과가 있는 반면, 전남은 광양만권을 중심으로 인구 유출 등 사회·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강 의원은 "경남도는 경남연구원·남해군 3자간 협의를 통해 여수~남해 해저터널을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 반영시키는 등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으나, 전남도는 여수~남해 간 해저터널 사업에 대해 관심과 대응이 미흡하다'며 철저한 준비를 촉구했다.

이를 방증하듯 전남연구원이 발표한 여수~남해 해저터널 정책 브리프에 따르면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에 따른 양 지자체 귀가 목적 통행량 분석 결과, 여수시로 유입은 1만4,774명, 유출은 2만2,963명으로 나타나 유출 통행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해군은 유입 통행량이 3,346명, 유출 통행량은 333명으로 유입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쉽게 말해 거주는 남해에서 하고 출근, 등교 등은 타 지역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이다.

남해군이 발표한 분석 용역에서도 2031년 해저터널 개통 후 지역내총생산(GRDP)은 연간 2조원 증가하고 일자리는 7,500개 늘 것으로 예상했다. 정주 인구 2만5,000명과 관계인구 2만600명이 각각 증가하고 신규 주택 1만가구, 관광객 연간 1,200만명, 외국 관광객 연간 20만명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여수시-남해군 해저터널 조기착공 및 성공염원 친선교류 행사가 지난 5월 19일 남해군 스포츠파크 야외조각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여수시)
▲여수시-남해군 해저터널 조기착공 및 성공염원 친선교류 행사가 지난 5월 19일 남해군 스포츠파크 야외조각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여수시)

◇ "안일한 전남도·여수시"··· 체류형→경유 도시 전락 우려

여수~남해 해저터널은 남서해안 해상관광 주요 경로인 국도 77호선 마지막 단절 구간을 연결함으로써 관광 시너지 및 일자리 보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접근성이 열악한 남해군은 KTX와 SRT가 오가는 여수엑스포역과도 10분 거리로 단축되고 여수공항, 순천~완주 고속도로 등 SOC도 지리적으로 가까워지는 만큼 상당한 낙수효과가 기대된다. 

반대로 여수의 경우 해저터널 건설로 오히려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체류형 관광지에서 지나치는 관광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수밤바다 인기로 연간 1,300만명이 다녀가는 관광 특수가 분산되지 않도록 킬러콘텐츠 선점과 관광산업 체질 개선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공공개발이 추진 중인 여수세계박람회장에 2,000명 이상 수용 규모 초대형 컨벤션센터 건립과 함께 여수엑스포역 권역을 중심으로 복합쇼핑몰과 면세점, 특산품 판매점, 종합병원 등을 유치하는 등 역세권 복합 개발사업을 추진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여수시의회 해양도시건설위 소속 송하진(무소속 미평·만덕·삼일·묘도) 의원은 "경남도와 남해는 해저터널 건설에 지역 발전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전남도와 여수시는 안일한 태도로 방관하고 있다"면서 "한번 떠난 관광객은 다시 오지 않는 만큼 심각성을 느끼고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관광 품질과 서비스 개선 등 뼈를 깎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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