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증거 없이 10개월여 가족, 지인까지 전방위 조사

[광양/남도방송] 지난 2004년 11월부터 2010년 2월까지 광양의 한 시민단체를 이끌어 가면서 ‘POSCO 독극물 방류사건’, ‘제2항로 준설공사’, ‘이순신대교 어업피해’, ‘화동화력 문제’를 제기하는 등 광양지역 한 시민단체를 이끌어 온 K 씨(41세). 그가 요즘 힘들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지난해 9월부터 내사라는 명목으로 경찰의 끝이 없는 조사에 본인과 가족은 물론 함께 시민단체를 이끌었던 동료나 지인들까지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K 씨에 따르면 그가 경찰의 내사대상이 된 것은 그의 시민단체 활동 당시 자금운영 내역에 대한 것.

이런 사건의 경우 보통 진정이나 고소 등으로 인해 수사가 진행되기 마련이지만 경찰은 현재까지 그와 관련한 어떠한 진정이나 고소, 고발 등 특별한 사유가 없었음에도 인지수사 등을 이유로 10개월 넘게 내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고 K 씨는 전했다.

▲ 광양경찰서 전경

경찰은 지금까지 K 씨를 다섯 차례 소환,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보통 하루 6시간씩 고강도 수사를 벌여 왔고, 본인은 물론 가족과 활동해 온 시민단체 관계자, 지인들에게 이르기까지 50여 명이 가까운 사람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미 한 차례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낸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최근 또다시 ‘다른 부분이 의심된다’며 2차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그를 한 주에 4일 동안 이 같은 조사를 벌이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기소여부도 판단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의 조사가 장기화되면서 K씨는 경제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는 지칠 대로 지쳐 링거를 맞으며 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계속된 수사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K 씨는 “(경찰조사관에게)지지부진하게 조사를 끌 것이 아니라 혐의점이 발견되면 차라리 기소하라고 경찰을 독촉하고픈 심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여러 차례 조사를 받으며 변호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며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태다”며 “시민과 약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에 이렇게 강한 압력을 행사한다면 누가 그들을 위해 시민단체를 위해 앞장 설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조사가 K씨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친인척 등 주변인물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경찰이 이미 결과를 내놓고 증거를 찾기 위해 전방위적인 표적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함께 조사를 받았던 K씨의 부인(41세)은 “사랑하는 남편이라 활동에 필요하다고 해서 준 돈도 경찰이 ‘(남편이 돈을 달라고)협박하지 않았느냐’고 캐묻는 등 혐의를 강요하는 느낌이 상당히 들었다”고 밝혔다.

또 “친언니까지 조사를 받는 등 조금이라도 남편과 관련이 있으면 조사를 벌여 가족 모두가 고통을 받았다”며 “경찰조사 때문에 가족 서로가 소원해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양경찰 기획수사팀 관계자는 “고소, 고발, 진정, 탄원 등이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판단했을 때 혐의점이 있을 것으로 보이면 언제든지 수사를 할 수 있고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나더라도 다른 부분의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수사는 동의를 받고 실시하는 자율출석이라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까지 밝혀진 혐의점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상의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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