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섭 전 여수시장 그는 지금 어디에?

여수→화순→부산→속초→강릉→서울
잠적 도운 측근 줄줄이 구속…홀로 도피

[여수/남도방송] 오늘로써 39일째. 첨단을 자랑하는 경찰의 수사망도 오 전 여수시장의 신출귀몰한 도피행각 앞에서 찢어진 그물에 불과했다.

탐정수사를 따돌리는 예리함, 마치 수사의 전모를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그는 언제나 한발 앞섰다.

그와 경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마치 범죄영화의 한 스토리를 연상케 하고 있다.

경찰의 추격을 비웃기라도 한 듯 수사망을 따돌리고 교묘히 우회하는 도피 수법은 그가 오랜기간 공직자로 재직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전문적인 잠적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잡힐 듯 말 듯 촘촘한 수사망을 피해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오 전 시장 도피루트를 파헤쳐 본다. <편집자 주>

▲ 오 전 시장의 도피루트.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잠적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의 도피에는 특징이 있다.

바로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위치추적 당할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그의 도피행각을 돕고 있는 전국각지의 지인들 역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도피처와 자금을 제공해 도피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여수경찰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지난달 초께 여수에서 머물렀던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경찰은 오 전 시장이 광주의 자택에 출연할 것으로 보고 통행로에 잠복하는 등 집중수사를 벌여왔다.

또 마지막 발신지인 호남고속도로 곡성휴게소 일대를 수색했다.

그러나 한마디로 헛다리 수사였다.

닷새동안 여수에 머무를 당시 오 전 시장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경찰이 부랴부랴 현장 수사에 나섰지만 그는 이미 발길을 옮긴 뒤였다.

다음으로 옮긴 도피처는 화순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5일까지 보름동안 화순에 사는 김모(59)씨의 집에 은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오 전 시장의 지인인 건설업자 이모씨와 아는 사이로 이씨에게 부탁받고 오 전 시장을 자신의 집에 숨겨줬다.

오 전 시장을 숨겨줬던 도피처는 화순 읍내에서도 자동차를 타고 30분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야 겨우 발견할 만큼 외진 곳이다.

보름동안 인근 주민들 가운데 그를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가끔 마을안을 걷던 오 전 시장의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민들은 "그가 인사성도 없었고 마을에 잠시 쉬려온 관광객인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고 한다.

인적이 드물고 외진 산속은 너무 답답했을까. 다음 도피처는 부산이었다. 재직 당시 그의 허리통증을 치료해 준 한의사 이 모(59)씨의 도움으로 그의 집에서 3일 동안 머물렀던 오 전 시장은 이곳에서 속초의 한 콘도를 미리 예약하고 이 씨의 차를 타고 서울을 거쳐 속초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속초의 콘도예약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스님인 오 전 시장이 스님인 김모 씨와 함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장을 들이닥쳤다.

이대로 잠적이 막을 내릴 순간이었지만 화순의 김모씨로부터 "경찰이 위치를 파악했으니 몸을 피해라"는 연락으로 탈출, 그의 도피행각은 극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의 잠적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김씨와 이씨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히면서 그의 도피생활은 이제부터 외로운 투쟁이었다.

경찰은 27일 도피를 도운 혐의로 김씨를 입건하고 범인 은닉 혐의로 이씨를 구속하고 사건 일체를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초의 모처에서 이틀간을 머물렀던 오 전시장은 택시를 타고 강릉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그러던 중 지난 9일 강릉버스터미널에서 버스표를 사는 모습이 터미널 폐쇄회로(CCTV)에 잡히면서 난항에 빠졌던 경찰 수사가 활력이 붙기 시작했다.

‘초췌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과 달리 그의 모습이 매우 건강해 보였다. 옷가지도 깔끔했으며, 썬글라스와 여행가방 등의 악세사리 등을 착용, 마치 여름 휴가를 내 여행중인 관광객처럼 보일 정도였다.

경찰청 특수수사대는 오 전 시장이 현재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경찰청 특수수사대와 여수경찰이 공조를 통해 합동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경찰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의 가장 큰 도피수법은 바로 주변 지인들을 활용한 수법으로 현재 그의 잠적을 도움을 줄 만한 인물들에 대해 사전 수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추적망이 좁혀진 만큼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구속이 죽기보다 싫다…구치소 징크스

오 전 시장의 잠적 행각이 길어지면서 이를 ‘구속 트라우마’로 연관짓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인 오 전 시장은 1998년 11월 광주시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당시 청탁과 함께 주식투자 정보를 입수해 2억500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구속돼 무혐의로 풀려난 전적이 있다.

당시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오 전 시장의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구속이 죽기보다 싫었다"고 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거쳐 2006년 여수시장으로 당선, 민주당 공천후보로써 재선에 도전해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낙선과 함께 그의 최 측근 인사인 여수시 김모 국장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그의 잠적이 시작됐다. 

그의 장기 도피 행각 이면에는 구속만은 피하려는 의식의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 전 시장이 구속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던 경험 때문에 ‘구치소 징크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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