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온으로 감사 중계도 받아”…증인출석 증언

[순천/남도방송] 전만오 기자 = 천억원대 교비 횡령혐의로 기소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4) 씨의 공판에서 서남대 총장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교육부 감사 관련 이씨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망치로 깨부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3일 오후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중법정서 제1형사부(부장판사 강화석) 심리로 열린 이씨 공판은 서남대 총장 김모(58) 씨와 신경대 총장 송모(59) 씨, 법인 기획실 직원 이모(31·여)씨 등 3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절차를 진행했다.

먼저 김 총장은 “교육부 감사 관련 이씨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망치로 깨부수라고 지시해 그대로 시행했으며, 새 하드디스크를 구입해 행정실컴퓨터에 설치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김 총장은 또 “이씨는 구속 중인 부인 한려대 총장 서모씨를 통해 메모지를 보내 ‘신분을 끝까지 지켜 줄 테니 학생 충원율 등 교과부 감사에 대비하고, 적발 시 절대로 확인서를 써주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또 “감사 당시 여직원을 감사장으로 보내 인터넷 메신저 ‘네이트온’으로 실시간 동향을 중계하게 했으며, 이씨는 총장실 앞에 마련된 이사장실에 앉아 감사대비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김 총장은 “감사 진행 상황이 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씨의 비리를 감사관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 천억원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4)씨가 링거를 꽂은 채 3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출석한 뒤 공판을 마치고 법원건물을 나서 자신의 승용차로 이동하고 있다.
김 총장은 이어 “총장이라고 할지라도 재정운영 결정권이 없었으며, 광주 N병원 6층에 마련된 법인 기획실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다”며 “심지어 의대 편입 등 면접 장소까지 이씨가 나와 지휘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서남대의 경우 등록금 등 180억원의 수익금 중 인건비 등 120억을 지출하고 나면 나머지 운영비로 쓸 수 있는 등 등록금만으로도 운영될 수 있었다”며 법인기획실의 예산전용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증인인 송 총장은 광주시 주월동에 자신 명의의 부동산에 대해 “재산세 등이 나오면 법인기획실로 보내 세금을 그곳에서 냈다”면서 “확실한 것은 모르겠지만 이씨의 재산 아니겠냐”고 밝혀 실제 소유주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이 이사장이 학생회 행사나 학교 행사 때 늘 참석해 지원금을 내고 격려 하는 등 학교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이날 출석한 총장들에게 질문해 긍정적인 답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16일 오후 2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중법정서 열린다.

한편 이씨는 서남대와 광양 한려대, 광양 보건대를 설립하고 20여 년간 전국적으로 6개 대학과 1개 대학원 3개 고교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등록금 등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지난 2월 6일 1심 재판부에 의해 병보석으로 풀려나 시민단체와 검찰이 강력 반발했다. 이에 검찰이 항고해 보석취소 결정을 이끌어 냈으나 이씨는 하루 만에 재항고를 해 대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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