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타 지자체 상상할 수 없는 통 큰 '선물' 무얼 청구할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 내외와 김영록 전남도지사, 노관규 순천시장. 순천시 제공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김영록 전남지사, 노관규 순천시장 (사진=순천시)

[순천/남도방송] 지난 3월 31일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 행사엔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텃밭이자 전남 정치1번지인 순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대통령은 순천시에 통 큰 선물을 한 아름 안겼다. △경전선 우회노선 지시 △동천 명품하천 지원약속 △애니메이션 클러스터산업 추가지원 등이다. 타 지자체로선 부럽지 않을 수 없는 대통령의 선물이다. 추후라도 언제든 청구권이 날아올 수도 있는 선물.

전국 모든 지자체마다 행사와 축제가 있지만 개막식 행사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사하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그만큼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에 수반돼 따라오는 건 적지 않은 선물이다. 

왜냐고, 대통령이 특정 지자체를 방문하면서 그냥 단순한 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직접 대면해 지역 현안을 건의할 수 있고, 행정적 정책지원도 뒤따른다. 그래서 각 지자체마다 행사에 정부 고위직 방문을 요청한다. 대통령 방문은 그야말로 지역의 커다란 성과다.

윤 대통령 취임도 1년이 됐다. 1년 임기동안 윤 대통령이 전국 지자체중 몇 군데나 방문했을까. 정치적 이해관계나 견해 차이를 떠나 대통령이 특히 지방중소도시 방문이 주는 후광효과를 따진다면 타 지자체에선 순천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내년 4월이면 22대 총선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으로선 피할 수 없는 '중간평가'를 받아야 하는 선거다. 정부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으로선 호남을 등지고 갈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순천은 큰 매력이 있는 곳일 수 있다.

순천이 갖는 매력적 요소는 민주당 텃밭이며 전남의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1대 총선 이전엔 무려 10년간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이 각각 두 번씩 당선됐던 특별한 곳이다.

현 노관규 시장을 비롯한 무소속 시장이 세 번씩 당선되면서 민주당으로선 시쳇말로 '처참한' 패배의 쓴맛을 삼켜야 했던 지역이다. 민주당 지역 정치지도자들이 '뼈를 깎는 각고의 쇄신'을 한다고 해서 바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순천은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과 무소속 시장이 공존하며 불편한 동거를 하는 곳이며, 이로인한 정치적 틈새가 분명 존재하고 정치적 세력 또한 나뉘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정치적 틈새가 많으면서도 전남 인구 제1도시자 동부권 중심도시 순천은 현 정부여당에서 바라볼 때 구미가 당기는 도시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처럼 정부여당으로선 구미가 당기는 순천에 윤 대통령이 정원박람회 행사를 계기로 무소속 노 시장에게 커다란 선물을 듬뿍 안겼다.

사법연수원 1년 선후배에 검사출신이라는 사적인 연결고리는 차치하고라도 대통령으로부터 노 시장이 받은 선물은 결코 작지 않다.

이즈음에서 드는 아주 간단한 의문 하나는 순천시가 무소속 시장이 아닌 민주당 소속 시장이었다면 과연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처럼 많은 선물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것과, 역으로 윤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 이끄는 전남의 다른 지자체에도 순천에 한 것처럼 그런 선물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물론 한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 입장에선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탄소중립을 몸소 실천하고 타 지자체에선 생각지도 못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모범행정을 보이는 순천을 지원함으로써 전국 다른 지자체도 순천처럼 해 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나비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꼭 그것만 염두에 둔 대통령의 선물일까 하는 점은 여전히 남는다. 올 10월 말 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후 연말까지 행정을 정비하고 뒷마무리를 마치고나면 내년은 곧바로 선거가 시작된다. 어쩌면 윤 대통령은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선물을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이정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이 순천에서 19,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새누리당 대표까지 지낸 걸 감안하면 순천은 정부여당이 충분히 공략해볼 수 있는 지역이다. 유권자 심리가 그만큼 자유스러울 뿐만 아니라 정치적 격변에 반응하는 민도가 타 지역과는 아주 많이 다른 곳이기도 하다.

유권자 선택과 견해 스펙트럼이 넓어 단순한 지표나 지역적 정서에 호소하는 것으론 순천민심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상대적으로 시의적절한 대안과 지역발전을 담보해 낼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정책과 합리적 설득력을 누가 제시할 수 있느냐 문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노 시장에게 '여당의 당선권 비례대표'와 추후 '입각' 안배를 제시한다면, 지역 정치권이 또 한 번 요동을 칠 개연성이 높다. 엄밀히 말해 노 시장처럼 현재 전국에서 가장 핫한 지자체장이 누가 또 있는가.

노 시장은 여의도에서 1년이면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펼칠 수 있는 정치력이 있다. 또한 노 시장의 스토리텔링은 드라마틱한 면이 많아 충분히 소구력도 있다. 세 번의 선출직 시장 경력이면 장관인들 못할까. 무엇보다 정치는 생물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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