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장서 펼치는 공연행사·기획·운영 총괄 맡아
"정원 만으론 감동 한계··· 최상의 문화콘텐츠 제공
개막식 준비과정 등 부담··· 관람객 표정 보고 힘내

[순천/남도방송]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장 84일만에 관람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꽃과 탁트인 잔디광장, 색다른 체험공간은 입소문을 타며 관람객을 불러모았고 순천은 국내외 도시와 기관단체 벤치마킹 성지가 됐다. 박람회 흥행몰이에 직원들은 벌써 폐장 이후까지 준비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남도방송>은 박람회 성공을 이끈 숨은 공로자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김양희 정원운영부 문화행사팀장 (사진=지정운 기자)
▲김양희 정원운영부 문화행사팀장 (사진=지정운 기자)

"단순히 정원만을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는 감동에 한계가 있다고 봐요. 정원에서 느낀 감동에 '문화공연'이 더해지면 훨씬 (감동의) 깊이가 있고 향기가 짙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김양희 팀장(50)은 '문화공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팀장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펼쳐지는 각종 공연 기획과 운영 등 문화행사를 총괄 관리한다.

문화행사는 전문대행사를 통해 진행하며, 김 팀장은 조직위에서 정한 문화행사 주제를 대행사에 전달해 최상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진행한다. 

대행사는 주제가 결정되면 공연 출연자를 섭외하고 공연 줄거리 등을 만들어 다시 조직위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행사를 진행한다.

순천만정원박람회 문화행사를 맡은 대행사는 지난해 12월 제안공모를 거쳐 올해 1월 선정된 KBSN, MBC CNI, ㈜램프 콘소시엄이다.

◇ 정원 곳곳 문화 프로그램 다채

이들의 손을 거치는 문화행사는 주제공연을 비롯해 매달 새로운 콘텐츠와 주제를 정해 관람객을 찾아가는 기획 공연 등 다양하다.

순천정원박람회 상징공간이자 문화예술공간이며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오천그린광장에서는 6월 '해가 지는 오천에서'를 주제로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지난 5일 오후 7시30분부터 아카펠라와 재즈의 향연, 강승훈 퀄텟 위드 유혜린 등이 출연한 '가든뮤직페스티벌'에 이어 7일은 대한민국 대표 재즈보컬리스트인 나윤선의 재즈 콘서트가 즉흥 공연무대로 마련됐다.

지난 10일에는 영화 드라마 주제곡을 클래식 악기로 공연하고 설명하는 '해설이 있는 영화음악'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다음날인 11일에는 고품격 현악 4중주가 연주된 '언덕 위 클래식'이 관객을 즐겁게 했다.

이외에도 17일에는 배일동 명창의 K-클래식, 18일은 언덕 위 클래식 기타 연주가 펼쳐졌고, 24일에는 준걸준음악단의 '기분 jazzy는 밤'이 이어졌다.

국가정원 내 노을정원 호숫가에서는 하프와 클라리넷,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는 '가든 클래식' 공연이 펼쳐져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가든 클래식은 꽃이 예쁜 곳들을 골라 진행하며 관람객 감성을 자극했고, 조직위는 해질녁 감성이 살아있을 때인 오후 6시에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연주회장을 둘러앉아 꿈같은 40여분 공연을 즐기며 행복과 힐링, 평화을 느끼고 있었다"며 "여유로운 관람객들의 모습에서 정원의 궁극적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됐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거리공연도 빠질 수 없는 콘텐츠다. 김 팀장은 "어린이 공연은 인형극과 풍선쇼, 매직쇼를 중심으로 진행했다"며 "4월부터 5월까지는 매일 공연을 했지만 더위가 시작되며 6월에는 휴식을 취하고, 7월부터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습지센터 1층 영상관에서 주말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요가와 명상 등 상설 체험도 전문가와 함께 오천그린광장에서 매주 화~토요일에 진행하며 반려동물 페스타와 어싱페스타 등 크고 작은 페스타도 기획 중이다.

이중 어싱페스타는 박람회 홍보대사인 외국인 다니엘, 알베르토, 럭키가 출연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어싱전문가와 흙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어싱의 장점 등을 알아보는 콘셉트로 진행하며 장소는 오천그린광장 어싱길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가 되면 오천그린광장에서 재미난 이벤트가 기다린다. 종이박스로 미니 쉴랑게 지어보기, 미니 정원드림호 만들기 대회 등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가 바로 이것이다.

▲노을정원 호숫가에서 펼쳐진 공연 (사진=순천시)
▲노을정원 호숫가에서 펼쳐진 공연 (사진=순천시)

◇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낙안면 출신인 김양희 팀장은 1992년 9월 보성군에서 공직을 시작해 2005년 순천시로 전입했다. 공직생활도 벌써 30년이 훌쩍 지났다.

10여년 전인 2010년부터 2013년 1월까지 정원박람회 준비업무를 맡았다가 타 부서로 전보된 후 장대공원 빛축제를 경험했고 2022년 7월 인사에서 박람회조직위로 발탁됐다. 9개월간 대외협력업무를 거쳐 정원박람회 개막 2주전 정원 문화공연 기획운영업무에 투입됐다.

처음 김 팀장이 맡은 대외협력은 세계정원 국가의 도시와 교류하며 리모델링을 협의하고 이들 방문과 정원 리뉴얼, 세계정원 국가 공연 유치, 주한 대사관 연락, 박람회 기간 국제문화공연 유치 등이 주 업무였다.

해외업무를 보는 과정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처리가 더진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각국 주한 공관에 박람회를 홍보하고 접촉하는 과정에서 답장 기다리는 기간이 너무 길었다.

김 팀장은 "영국 국왕인 찰스3세 이름을 딴 정원 이름을 붙이기 위해 영국 대사관 측과 수도 없이 통화하고 문자를 보내는 과정이 이어졌다"며 "지난 6월 6일 주한 영국대사가 정원을 방문해 박람회 기념식수를 한 것을 보고 감회가 새로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찰스 국왕 오브제를 전시하고 싶었으나 영국 법으로 반출이 불가해 대안으로 기념식수를 진행했다"며 "찰스 국왕 초청까지 고려했으나 대관식이 있는 해에는 해외 순방이 안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말도 전했다.

김 팀장은 한번 맺은 인연을 쭉 가져가는 성격이라고 자평한다. 이런 성격 탓에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찰스3세 정원 명칭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영국 대사관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잘 받지를 않았고 편지에 답장도 없고, 메일을 보내도 응답을 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외국 공관 관례였다.

이 때 생각난 사람이 10년 전 알게 된 이후 친분을 이어오던 네덜란드 대사관 농무관이었고, 이 사람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영국 대사관에 연락을 해주면서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가든클래식 공연 (사진=순천시)
▲가든클래식 공연 (사진=순천시)

◇ "스트레스, 시간이 해결해 주더라"

문화행사팀장으로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김 팀장은 "그동안 문화행사를 많이 접하지 못해 자격은 안된다고 느꼈으나 공무원은 맡겨 준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말로 공무원의 자세를 언급했다.

이어 "박람회 개막 14일 전에 본격 업무 돌입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업무는 대통령실과 협의하는 과정이었다"며 "개막행사 안전업무를 맡아 행사장에 오시는 1만명이 통과하는 절차를 만들고 행사현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수십㎞에 달하는 개막식장 안전펜스 설치가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사소한 것도 모두 협의를 해야 했고, 당시 새벽 2~3시까지 일하는 것은 다반사에 날밤을 지새우는 것도 3~4일은 됐다"며 "짧은 시간에 경호실이 요구한 것도 많아 정말 힘들었지만 아무 탈 없이 행사를 마치고 마무리해 안도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헤쳐나간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김 팀장은 "힘들다는 생각을 안하려고 노력하고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방안으로 잠자기를 터득했다"며 "잠을 통해 스트레스 70~80%를 해소했고 나머지는 시간이 모두 해결해 주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내가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옆을 보면 더 힘든 직원이 있었다"며 "조직위 동료들을 보니 모두 열심히 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업무를 나누고 고통을 분담하려고 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겸손해했다.

김 팀장은 "관람객이 단순히 정원을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는 감동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감동에 문화행사를 더해주면 훨씬 감동의 향기가 짙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원을 찾은 누군가에게 '생애 최고 순간'이란 감동을 주는 것이 바로 문화행사라고 자부한다"며 "우리가 준비한 공연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 표정에서 저도 힐링을 받고 감동을 받고 다시 힘을 내게 된다"고 환하게 웃었다.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