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갯골' 형상화한 풍덕경관정원 설계
26㏊ 들판에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 그림'
책임감 강한 성격 탓에 과로로 쓰러지기도
박람회 개장 위해 퇴직 미루다 4월 공직 떠나

[순천/남도방송]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장 40일만에 관람객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꽃과 탁트인 잔디광장, 색다른 체험공간은 입소문을 타며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순천은 국내외 도시와 기관단체 벤치마킹 성지가 됐다. 박람회 흥행몰이에 직원들은 폐장 이후를 준비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남도방송>은 박람회 성공을 이끈 숨은 공로자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김혜령(가운데) 팀장과 함께 일하던 팀원들 (사진=지정운 기자)
▲김혜령(가운데) 팀장과 함께 일하던 팀원들 (사진=지정운 기자)

◇ 박람회 개장 전 기대감 높인 '경관정원'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또다른 볼거리로 인기를 끈 '풍덕경관정원'은 박람회 개장 전부터 관심과 기대를 받은 장소다.

국가정원은 담장과 언덕, 큰나무로 가려져 밖에서 안을 볼 수 없었지만 26㏊ 드넓은 농경지에 조성한 풍덕경관정원은 정원조성 과정이 고스란히 시민에게 노출됐다.

지난해 가을 농지가 깨끗하게 정리되자 둥글고 기다랗게 이어진 이랑과 골이 생겨났다. 씨를 뿌리고 무언가를 심으며 분주한 이들도 관찰됐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드넓은 풍덕들은 순천만 갯골을 형상화한 아름다운 꽃천지가 됐다. 지난 4월 1일 공식개장 전부터 튤립과 유채, 비올라, 리나리아가 형형색색 꽃을 피우며 거대한 꽃물결을 자아냈다.

동천을 따라 산책을 나오거나 인근 남승룡로를 오가며 정원을 본 시민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자연스럽게 유료존인 국가정원 내부 모습에도 기대감을 키웠다.

경관농업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인기를 끌었던 풍덕경관정원은 4월을 지나며 화려한 꽃이 자취를 감추고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5월 9일 찾아간 경관정원에는 튤립 알뿌리를 분양받기 위해 찾아온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달전 황홀한 자태를 보여준 튤립을 잊을 수 없다"며 "알뿌리 분양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고, 앞으로 식재될 여름 꽃밭도 기대가 크다"고 했다.

◇ '완벽주의자' 김혜령 팀장과 '꽃벤져스' 

시민들 마음을 사로잡은 경관정원 설계자는 지난달 말 명예퇴직한 김혜령 팀장이다. 그는 27년 전인 1996년 7월 농촌지도사로 공직에 입문했다. 2013년 첫 정원박람회 때 화훼부문 설계와 디자인을 마무리한 경력을 지녔다.

한번 일을 맡으면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성격 탓에 그는 '2013정원박람회'를 치르며 건강이 악화됐고 치아를 여러개 잃기도 했다. 

지난해 봄에는 그동안 몸담아왔던 순천시에 퇴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퇴직은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해 6월 민선8기 순천시장직 인수위는 경관조성 계획을 확정했고, 10년전 박람회 경험자인 김 팀장은 한달 뒤 7월 인사에서 경관농업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경관정원을 '100년 전 순천만으로 형상화달라'는 주문을 받은 그는 고심 끝에 순천만 갯골을 형상화한 정원 디자인을 생각해냈고, 경관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했다.

▲동천변 벚꽃과 활짝 핀 튤립이 조화를 이루는 풍덕경관정원 (사진=순천시)
▲동천변 벚꽃과 활짝 핀 튤립이 조화를 이루는 풍덕경관정원 (사진=순천시)

물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팀원과 2022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박람회가 열리는 2023년 봄을 준비했다.

그는 "경관정원 조성 과정에서 좋은 팀원들과 만나 뜻이 잘 맞았다"며 "5명 팀원과 함께 서로 격려하고 즐겁게 일하려 했다. 나는 직원 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 팀장이 함께 한 팀원은 문수정·박평군 농촌지도사를 비롯해 장수진, 김정문, 강동구 주무관이다. 이들은 짧은 경험에도 남다른 열정과 업무 추진력으로 환상적인 '꽃벤져스'를 이뤘다. 김 팀장은 팀원들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꽃벤져스와 일에 몰두하던 지난 2월 26일, 김 팀장은 과로로 쓰러졌다. 이날은 개장을 앞두고 진행된 현장점검이 있던 날이었다.

1년 전 계획했던 퇴직까지 미루고 일하다 쓰러지자 가족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결국 김 팀장은 사직을 결심했다. 다만 박람회 개막을 앞두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3월까지 정원을 살폈고, 4월 한달간 휴식한 뒤 같은 달 30일 명예퇴직으로 정든 시청을 떠났다.

노관규 시장은 "정원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일부 직원들은 힘든 일은 피하려고만 하고, 뭐든 핑계를 만들어 떠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김혜령 팀장 같은 분이 있어 박람회를 순조롭게 개장했고 직원들도 감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순천이 전국 벤치마킹 성지가 돼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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