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찾아 10년전 대기업 퇴사··· 정원해설사로 새출발
'순천의 얼굴' 자긍심··· '1호 정원해설사' 타이틀 책임감
VIP해설 전담 '유명인'··· 문재인·윤석열 대통령에 해설
대한민국 이끄는 순천 정원산업 미래에 기대감 '뿜뿜'

[순천/남도방송]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색다른 가을을 준비하며 목표 관람객 800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화려한 꽃과 탁트인 잔디광장, 색다른 체험공간으로 관람객을 불러모은 순천은 국내외 도시와 기관단체 벤치마킹 성지가 됐다. 박람회 직원들은 막바지 흥행과 함께 폐장 이후까지 준비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남도방송>은 성공 박람회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을 찾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김선희 정원해설사 (사진=김선희)
▲김선희 정원해설사 (사진=김선희)

◇ 정원 가치와 의미 이해의 길잡이 '정원해설사'

10년 만에 다시 열린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광활한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에 더해 도심권 등 3개 영역에서 개최되고 있다. 박람회 면적만 193㏊에 달하고, 개최기간은 7개월이다. 4월 봄부터 시작해 여름, 가을을 지나고 대규모 공간에서 진행돼 이곳을 불과 한 두시간만에 살펴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정원박람회 핵심 시설과 의미, 특징 등을 짧은 시간에 알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정원해설사다. 정원해설사는 순천만국가정원 가치와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박람회 주요 공간인 국가정원, 오천그린광장, 그린아일랜드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해설은 무료로 진행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4시가 되면 해설사들이 국가정원 동문과 서문 입구에서 각각 정기동행해설을 시작한다. 정기동행해설은 인터넷 예약을 하지 못한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해설 직전 방송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해설을 원하는 사람이 1명만 있더라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설 코스는 2개로 운영된다. 서문 코스는 나무도감원→한국정원→수목원전망대→순천만WWT습지→물새놀이터(홍학원)→순천만국제습지센터(하늘정원 등)→야생동물원→꿈의다리(에코지오온실)→동문이다. 

동문 코스는 바위정원→세계정원→순천호수정원→중국정원(프랑스정원)→꿈의다리→노을정원→키즈가든→장미정원 순서로 구성된다. 단체방문객을 위한 인터넷 예약해설도 실시하고 있어 여행 일정을 짜기에도 적당하다.

정원해설사는 2013정원박람회를 치르며 생겨난 직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매년 1년 단위로 계약해 왔으며 이번 박람회 해설사는 7개월 한정된 기간만 일한다. 현재 정원해설사는 모두 23명으로, 하루 6~7회 정도 해설업무를 맡는다. 자원봉사자로 분류되며 하루 7만원 정도 실비를 받는 기간제 신분으로 볼 수 있지만 ''박람회 얼굴'이란 자긍심이 있다.

▲김선희 정원해설사와 동료 해설사들 (사진=김선희)
▲김선희 정원해설사와 동료 해설사들 (사진=김선희)

◇ 10년만에 다시 열린 박람회··· 각오 남다른 '1호 해설사' 

국가정원 동문 출구에 있는 해설사 쉼터를 방문해 만난 김선희씨는 '국내 1호 정원해설사' 타이틀을 가진 '유명인사'다. 그는 2013년 첫 정원박람회부터 정원해설사로 활동해 왔고 특히 올해는 10년만에 다시 열린 박람회를 맞아 준비하는 각오도 남달랐다.

그는 "박람회 기간이 길어 시작할 때는 '언제 끝나나' 했는데 벌써 5개월이 지났다"며 "순천과 박람회를 찾는 분들을 직접 대하는 '얼굴'인 만큼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정원해설사는 매년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전문직종이다. 경쟁률이 높지는 않지만 시험이란 테스트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인력교체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순천시는 가든마스터과정과 RHS(영국 왕립정원협회)과정 등 정원사 양성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등급별로 꼬마정원사, 미래정원사, 시민정원사, 누구나정원사를 배출하고 있다.

김선희씨가 정원해설가를 하게 된 계기는 10년 전 지인 권유를 받고서다. 하지만 2013년 박람회를 개최할 때는 국내에서 정원해설가를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이 때문에 정원해설가를 꿈꾸던 김선희씨는 전국에서 진행되는 정원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가 공부를 하며 행복을 찾았다.

당시 대기업 통신회사에 근무하던 그는 "회사가 명퇴신청도 받고 해서 새로운 길을 찾게됐다"며 "행복을 찾기 위해 스트레스 원산지를 떠난 선택은 정말 잘했고,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 '천태만상' 관람객··· 99% 좋은 기억, 1%는 아쉬움

그는 오전 8시쯤 박람회장에 도착해 단체 해설과 정기동행 해설, 주요 행사 등을 미리 파악하면서 하루 일정을 준비하고, 오전 9시부터 본격 업무에 들어간다. 업무 시작에 앞서 해설사들이 모여 박람회 상황과 숙지할 내용을 공유하고 반성과 칭찬, 개선을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다.

해설사들은 하루 6~7팀 정도를 안내하며 자연스럽게 관람객들의 구성과 성향 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주말과 주중에 오는 관람객들 구성이 다르다. 주중엔 각종 계모임부터 산악회, 마을공동체, 학교 등 온갖 조직단위 단체 방문이 주를 이룬다면 주말엔 가족단위나 연인이 많다. 요즘엔 학생 방문도 늘어 체험학습 위주로 전개된다고 한다. 과거엔 학생들 수학여행이 문화유산탐방 위주였다면 요즘은 생태관광체험으로 바뀌며 정원과 습지가 각광받는다고 한다.

▲김선희 정원해설사와 동료 해설사들 (사진=김선희)
▲김선희 정원해설사와 동료 해설사들 (사진=김선희)

김선희 해설사는 "이곳을 찾는 학생들에게는 넓은 잔디광장에서 생태 감수성을 길러주는 교육을 한다"면서 "다만 해설 시간은 가급적 짧게 하면서 학교와 학원에 갇힌 아이들이 정원에서만이라도 맘껏 뛰어놀도록 배려한다"고 귀뜸했다.

이번 박람회 기간 정원해설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는 다양하다. 박람회 개장 초기인 4월과 5월 하루에 20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몰려들 때는 겁이 덜컥 났다. '이떻게 이 많은 분들을 감당하지? 이젠 그만 왔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많이 찾아준 관광객을 보며 감동에 울컥하기도 했다.

7월 들어 지리한 장마와 찌는 듯한 폭염에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불과 한두달 전 동문입구를 가득 메운 인파가 뚝 떨어질 때 가슴이 철렁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기후변화 여파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을이면 회복될 거란 희망을 갖고 근무했다. SNS에 글을 올리며 많은 분들이 찾아오도록 틈틈이 박람회 홍보를 하며 노력했다. 스스로 일한다는 생각을 하며 위안을 받은 시기였다.

해설을 하는 동안 만난 관람객 행태도 천태만상이다.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이들 중에는 취기를 풍기며 농담과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단체에서 이탈해 함께 한 이들을 걱정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웃어넘기는 일이다.

그는 "관람객과 관련 기억은 99%가 좋은 기억이지만 1%는 아쉬움"이라고 했다.

◇ 사람과 사람, 자연 연결해 주는 무한한 힘의 원천 '정원'

그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뉴질랜드에서 온 70대 교포 얘기를 꺼냈다. 이들은 '한달살기'를 위해 한국의 순천을 찾았는데, 30년전 포스코에서 근무하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정기동행 해설을 하는 과정에서 이 분이 김선희 해설사에게 '사람을 찾아달라'고 30년전 포스코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 인적사항을 알려줬다. 부탁을 모른체 할 수 없어 사연을 SNS에 올렸더니 실마리가 풀렸다. 포스코에 다니는 친구가 SNS를 보고 이 교포의 동료를 찾아 연결시켜 줬고, 최근에는 30년전 동료 10여명과도 연락이 됐다며 감사 인사를 보내와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김선희 해설사는 "이런 사례가 아니라도 정원은 사람과 사람, 자연을 연결해주는 만남의 공간이다"며 "더 나아가 정원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공간이란 점에서 무한한 힘을 가진 곳"이라고 예찬론을 펼쳤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정원을 알리려 노력하고 공부한 탓에 최고의 정원해설사로 알려졌고, 2013년 박람회는 물론 2023년 박람회에서도 주요 인사들에게 해설을 하는 영광도 얻었다.

10년 전 권양숙 여사와 함께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 재단 소속)에게 정원을 설명했고, 지난 4월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정원의 아름다움을 홍보했다.

김선희씨는 "김건희 여사는 외국의 정원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좋은 곳이 순천에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며 "아름다운 정원을 외부에 많이 알려달라 당부하고 가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정원해설을 하고 있는 김선희 해설사 (사진=김선희)
▲김건희 여사에게 정원해설을 하고 있는 김선희 해설사 (사진=김선희)

◇ "정원도시 순천, 영국·프랑스와 어깨 나란히 하길"

김선희 해설사는 자신의 일에 대해 '명예로운 사회봉사'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청암대에서 강의하고 순천대에서도 숲해설가 양성과정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 관광학을 공부했고 정원의 본고장인 영국과 프랑스를 직접 찾아가 정원을 경험했다. 조경과 화훼, 플로리스트, 가든마스터 등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사람을 상대한다는 점을 고려해 '인성 지도사' 자격도 땄다.

그는 "해설사 등 정원 전문가는 순천시 자산인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을 양성하고 보유하기 위해 적절한 처우, 근로 조건 부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선희 해설사는 앞으로 순천이 영국과 프랑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원도시로 성장하길 간절히 바랐다.

그는 "해설하면서 갈수록 부족한 부분과 어려움을 느꼈다"며 "처음엔 멋모르고 했지만 '정원해설사 1호'라는 타이틀이 부담됐고,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알 것이라는 인식도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찾아간 곳이 영국과 프랑스 정원이었다. 일부러 영국 첼시 플라워쇼와 파리 인근 쇼몽 가든페스티벌을 방문했다. 그는 당시 전세계 유명작가가 모여 경연대회를 하는 것을 보며 신세계를 느꼈고, 우린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순천의 미래를 보고 있다.

그는 "첫 정원박람회 후 10년이 지나면서 우리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코리아가든쇼, 순천만정원박람회 순천만가든쇼 등을 통해 유럽과 어깨를 견주는 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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