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설비와 안전불감증으로 매년 사상자 끊이지 않아
200여곳 대기업 화학공장서 가스누출, 질식, 감전, 추락, 화재 등 지속

13일 오후 1시 41분께 여수시 주삼동 소재 이일산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작업자 2명이 숨졌다.
13일 오후 1시 41분께 여수시 주삼동 소재 이일산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작업자 2명이 숨졌다.

[여수/남도방송] 중화학공장이 밀집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또다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해 '화약고'라는 오랜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1시37분께 산단 내 폐유정제 공장인 이일산업에서 탱크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60∼70대 작업자 3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작업자들은 현장에서 수 십m 떨어진 인근 공장 부근에서 발견될 정도로 폭발 당시 충격이 상상을 초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 폭발 이후 검은 연기가 발생하면서 화재는 오후 5시까지 3시간 넘도록 이어졌고, 첫 폭발음이 터진 후 크고 작은 후속 폭발이 이어졌다.

산단내 인근 공장과 옛 여천지역 시민들은 인터넷 카페 등에 긴박했던 순간들을 실시간 전하며 큰 사고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사고가 난 업체는 17년 전인 지난 2004년에도 비슷한 폭발사고로 작업인부 2명이 크게 다친 바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46대와 화학 방제차량 등을 현장에 출동시켜 진화작업을 벌였으며, 현재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국내 대표 중화학단지인 여수산단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89건의 안전사고로 25명이 숨지고 140명이 다치는 등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화학공장 특성상 탱크작업 중 폭발사고는 현장작업자 사망사고로 이어지며 산단 공장과 지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13일 오후 1시 37분께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석유정제업체에서 탱크 상부 작업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하고 있다.
13일 오후 1시 37분께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석유정제업체에서 탱크 상부 작업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하고 있다.

여수산단에서는 지난 2013년 3월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현장에서 일하던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당시 참사는 탱크 내부를 정리하던 중 용접 불꽃이 튀면서 폭발과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림산업 공장 폭발사고 이후 8년이 지났으나 여수산단에서는 안전 불감증과 시설노후화로 폭발사고와 인명피해는 계속발생하고 있다.

특히 산단 내 정비 작업 등을 하청업체에 맡기면서 발생한 사고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피해로 이어져 지역민의 비난을 사고 있다.

앞서 2000년 8월에는 호성케멕스㈜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6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 1989년 10월에는 럭키화학 공장에서 폭발이 발생해 16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2015년 3월은 아이씨케미칼 반응기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2017년 7월에는 롯데케미칼 제1공장 3PP 사일로에서 폭발·화재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200여 곳에 이르는 산단 내 대기업 공장에서 가스 누출, 질식, 감전, 추락, 화재 등 각종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여수산단이 본격 운영된 1970년 이후 34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정도로 '죽음의 산단'이라는 오명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여수산단 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하청업체 관리와 인력 충원, 적재적소 인원 배치, 시설점검을 통한 사고 예방과 시설 투자 등이 제대로 제때 이뤄져야 하지만 변하지 않아 일하는 노동자들은 늘 불안한 실정"이라면서 "화학물질 취급 품목 공개 등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풍토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1시 37분께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석유정제업체에서 탱크 상부 작업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하고 있다.
13일 오후 1시 37분께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석유정제업체에서 탱크 상부 작업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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